[중앙칼럼] 2024년 경제는…
올해도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 중인 상황에 10월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진 기후변화로 촉발된 식량 위기는 국가 안보 위기로 이어져 나라마다 곡물과 식품 원료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제 식품 가격도 출렁였다. 이런 와중에 3월에는 중견 은행들의 연쇄 도산으로 금융 혼란까지 벌어지면서 경제에 암운을 드리웠다. 사실 올 상반기만 해도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과 금융 혼란, 지정학적 위기 고조로 미국 경제는 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였다. 이코노미스트들도 이런 전망을 쏟아냈다. 그러나 3분기에 접어들면서 경제 상황은 급격하게 바뀌었다. 경제 성장률이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5%대를 기록하면서 증시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던 고용시장 역시 점차 정상 수준으로 접근하면서도 실업률은 완전 고용 상태인 3% 선을 유지하고 있다. 상반기까지 대규모 정리해고에 경기 침체를 전망하던 이코노미스트들은 다시 연착륙이나 아예 노랜딩 가능성도 제기했다. 9월 3.7%를 기록했던 인플레이션이 10월에는 3.2%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11월에는 3.1%로 둔화세가 뚜렷해지면서 12월 뉴욕 증시는 산타랠리를 넘어선 수준의 활황세를 보인다. 11월의 소비지표도 나쁘지 않아 경제만 놓고 보면 올해는 기적적인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증시에 불을 더 지폈다. 경기 침체를 점쳤던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국제통화기금(IMF) 출신의 세계적 경제 석학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가 예언했던 ‘초불확실성 시대’를 그대로 보여준 한 해라 할 수 있다. 고용시장, 소비지표, 증시 등은 호조인 반면, 경제의 또 한 축인 부동산 시장은 침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7% 밑으로 떨어졌지만, 모기지 금리는 한때 8% 선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현재 주택 소유주 3명 중 2명은 모기지 이자율이 4% 미만이다. 이처럼 현 모기지 금리와 주택 소유주들이 갖고 있는 금리의 차가 크다 보니 주택이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 주택 거래가 줄면 주택 가격이 내려가야 하는데 이로 인해서 되레 상승하는 추세다. 부동산 가운데 가장 위기감이 높은 곳은 오피스 시장이다. 출근과 재택근무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이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3월에 발생한 금융 혼란에다 5.25~5.50%의 고금리에 재융자도 쉽지 않게 됐다. 최근 대기업과 IT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어 오피스 시장의 회복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동산 시장 앞에는 여전히 암흑의 긴 터널이 놓여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2024년 우리가 맞게 될 미국의 경제 상황은 어떨까.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도 다양하다. 그만큼 변수가 많다는 의미다. 다만 저성장, 실업률 상승, 인플레 둔화 등은 대체로 일치하는 전망이다. 실업률은 4~5% 선까지 상승하고, 인플레는 연준의 목표치인 2%대를 소폭 웃도는 3%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소비자들이 경기부양 자금 등으로 모아뒀던 초과 저축이 거의 소진됨에 따라 소비 위축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반면, 내년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라는 호재가 있고, 대통령 선거도 열린다. 일부 내년 3월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지만 아직은 하반기 금리 인하 전망이 우세하다. 개인 재정 플랜을 효과적으로 세우려면 거시 경제의 흐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본인에게 최적화된 투자,은퇴,소비 지출 계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정 플랜은 부자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진성철 / 경제부장중앙칼럼 경제 경제 상황 uc버클리 경제학과 고용시장 소비지표